며칠전 휴전선 접경지 고랑포에 있는 경순왕릉을 가보았다. 방문객이 꽤 많이 오고갔다. 입구엔 후손들이 기금을 모아 대단히 규모가 큰 제단을 조성했다. 왕릉 비각 보호 목에 후손이 1000만 명이라고 볼펜으로 쓴 쪽지가 붙어있었다.
묘비 해설판엔 나라가 혼란스러운데 국민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기 위해 나라경영을 고려에 맞겼다는 변명이 기록되었다. 그래서인지 찾아오는 많은 후손들은 그를 크게 원망하지 않는 듯 했다.
카니 아프칸 대통령도 탈레반과의 전투 한번 해보지 않고 해외로 도주했다. 그의 변명도 국민들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변명했다.
그 지도자들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사전 준비는 하지 않고 구차한 변명만 하면서 자기 혼자 살겠다고 국민을 배신한 배신자들이다.
일국의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관리를 위임 받은 통치자이다.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고 편안히 먹고 살아 갈 수 있도록 미리미리 모든 조치를 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렇다고 통치자의 처분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방만한 경영으로 국고가 새나가지 않도록 감시도 해야 한다. 확고한 국가경영 비전 없이 상대방 흠집만 물어뜯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될 텐데...!
개인은 물론 직장마다 나서서 방만하게 운영하던 시스템을 절약형으로 바꿔야 할 때다. 복지논리에 휩싸여 공짜만 바라지 말고 자기본분에 맞도록 생활방식을 가다듬어 또다시 올지도 모르는 IMF같은 위기를 막아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찾아오는 크고 작은 사고와 돌발사태를 막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는 유비무환 정신이 필요한 때다.
“사후 약 방문”이란 말이 있다. ‘죽은 뒤에 처방한다는, 뜻으로 때가 지난 뒤에야 어리석게 애를 쓰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가족이 죽은 뒤에 후회한 들, 통곡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죽을병을 얻기 전에 건강관리 철저히 해서 발병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경제도 한번 기울면 다시 일어나는데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린다. 있을 때 절약하고 저축하여 위기를 사전에 막아야 나라도 잘 되고, 회사도 잘 되고, 가정도 잘 되는데 가정도 회사도 빚만 쌓이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허리띠 졸라매고 궂은 일자리라도 마다하지 말고 모두 일터로 나서야 할 때다. 유비무환 정신은 나라 지키는 군인에게도 경제활동을 하는 근로자에게도 국가를 이끄는 대통령은 물론 모든 공직자와 경제를 이끄는 기업에게도 꼭 필요한 정신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