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 일부 대안학교가 한 학기 등록금으로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받고도 추가로 ‘기부금’, ‘예탁금’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과 고양교육지원청에 의하면 현재 고양시에서 정식으로 등록돼 운영되고 있는 대안학교는 단 2곳이다. 하지만 실제 운영되고 있는 미등록 교육시설은 30여 곳이 넘는다. 대안학교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개인적인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 인성 또는 개인의 소질, 적성 개발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다.
대안학교가 표방하는 교육 목적과는 달리 대부분의 학교는 종교교육 혹은 외국어 특화 교육과정을 통해 국내 또는 해외 명문대 진학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학교들은 학부모에게 고액의 입학금과 등록금을 요구한다. 미등록 교육시설은 교육청의 관리 감독마저 받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다.
실제 취재 결과, 고양시에 위치한 대안학교는 등록금으로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었다. 일산서구에 위치한 G학교는 교육청에 인가받은 학교로 총 421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학교는 입학금으로는 300만원, 수업료는 매달 70만원이며 별도의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때 학생들이 10주간 뉴질랜드로 비전 트립을 떠나는데 이에 대한 비용은 천만 원이 든다.
등록된 또 다른 학교인 덕양구의 T학교는 총 162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으며 입학금은 300만원이고 한 학기 수업료는 1300만원이며 해당 학교는 등록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 기숙학교 형태로 운영하는데다가 해외 학교 진학을 위해 다수의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고 미국 교과 과정으로 가르친다고 밝혔다.
미등록 교육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D학교는 중학생 입학시 입학금 150만원과 한 학기 등록금은 730만원이며 입학 시 450만원의 별도 기부금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해당 학교는 교육청에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국제학교 학력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해외의 국제학교 인가가 훨씬 까다롭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매년 우수한 학생들이 해외 유명 학교에 장학금을 받으며 진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에 등록되지 않은 또 다른 학교인 D학교. 이곳은 입학금으로 100만원, 등록금으로 중학생은 매달 75만원, 고등학생은 매달 80만원을 받는다. 고등학생의 경우 한 학기로 계산하면 약 500만원의 등록금이 드는 셈이다. 이 학교는 입학금과 등록금 외에 예탁금 5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예탁금을 받는 이유에 대해선 등록금이 워낙 고액이다 보니 밀리는 경우가 있어 예비비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고액의 입학금과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교육시설의 경우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해외 학교가 아닌 국내에서 대학을 진학할 경우 검정고시를 쳐야 한다. 해당 교육시설을 다니는 학생들은 실질적으로 미취학 인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해당 기관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할 경기도 교육청과 고양교육지원청의 관계자는 “대안학교는 등록제이고, 자발적으로 등록하지 않는 이상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지도 감독은 커녕 무등록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며 무책임한 답변을 해 공직자의 자세를 의심케 하고 있다.
또한 천만 원 넘는 등록금에 대해선 “등록금으로 1천만 원 넘게 받는 게 사실이 맞냐”라고 반문하며 “해당 내용에 대해 교육청에서 모든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며 “궁금하면 직접 학교에 문의하라”는 등 사실상 대안학교에 대해 방치하는 태도를 보였다.
학생들을 교육할 목적으로 세워진 엄연한 교육기관 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미등록으로 운영되며 교육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그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를 찾은 학생과 학부모가 떠안고 있어 사회에 커다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