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대곡역에서 양주시를 거쳐 의정부역을 잇는 교외선이 20년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 감성적인 뉴트로(뉴트로+노스텔지어) 디자인과 첫 운행을 탄 기차 마니아들의 열광 속에 출발했지만, 정작 실질적인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에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현재 교외선의 하루 왕복 운행 횟수는 단 4회(편도 8회)로 시민들은 "기념용 기차가 아니라 실질적인 교통수단이 되어야 한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교외선 첫차 개통 현장을 찾은 승객들 중 상당수는 교통 실수요자가 아니라 철도 마니아들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환영과 함께 우려를 표하고 있다. 양주시 장흥역 인근에서 일하는 박모 씨(42)는 "일영이나 장흥 쪽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출근할 수 있는 시간대에만 열차가 있고 퇴근 시간대에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 씨(51)도 "대곡역까지 나가면 GTX도 있고 경의선도 있어서 교외선이 대곡-의정부를 잇는 핵심 철도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적은 배차로는 그냥 기념 운행 수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외선의 첫차는 오전 6시6분, 마지막 열차는 저녁 7시35분으로 하루에 단 8번만 운행된다. 낮 시간대에는 아예 운행이 없어 시민들이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이번 교외선 재개통을 '경기북부 동서철도의 재탄생'이라고 홍보하며, "교외선이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배차 간격이 지나치게 넓고, 관광객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시간대에만 열차가 다닌다는 점에서 실제 관광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교외선 역마다 관광지 연계 홍보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내용마저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장흥역 연계 관광지로 소개된 '장흥수목원'은 도보로 1시간 거리로 대중교통 연계가 없으며, 일영역과 함께 홍보된 '일영허브랜드'는 현재 베이커리 카페로 변경됐다. 원릉역 주변 명소로 소개된 '고양자전거공원'은 이미 오래전 '성사체육공원'으로 변경된 상태다. 국토부와 코레일의 홍보 자료는 실제 관광객이 이용하기 어려운 시설들을 '관광 명소'로 포장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현재 "운영 초기이므로 배차를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안정화 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운행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추가 운행을 위해서는 지자체(고양·양주·의정부)의 추가 예산 지원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고양시 교통 담당 관계자는 "초기에는 시범 운행 개념이 강하지만, 향후 이용객 증가 추이에 따라 확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별도의 증차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은 사실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도시 교통 전문가들은 교외선이 단순한 관광열차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역 교통망 역할을 하려면 최소한 배차 간격을 줄이고, 환승 편의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차 간격 단축이 필요하며, 하루 왕복 4회에서 최소 10회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대곡역에서 GTX-A 및 경의중앙선과의 환승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관광지 연계를 위해 셔틀버스 운영과 실제 접근성이 높은 관광지를 홍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경기대 교통정책 연구소 김모 교수는 "교외선이 단순히 '뉴트로 감성'으로 소비되는 게 아니라 진짜 교통망 역할을 하려면 배차 확대와 환승 개선이 필수적이다. GTX-A 개통 후 대곡역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므로, 이에 맞춰 교외선 운영 계획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외선은 20년 만에 재개통되며 역사적 의미를 가진 노선이지만, 현재의 배차 구조로는 교통망보다는 '이벤트성 관광철도'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교외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에게는 운행 횟수가 너무 적어 실효성이 낮으며, 관광객에게도 제대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배차 확대와 실질적인 관광지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교외선 재개통이 결국 ‘한 달짜리 뉴스’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와 코레일, 그리고 해당 지자체들이 '생색내기'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운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