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명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수많은 인연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된다. 내 가족과 친척 동료 이웃들 모두가 나의 삶을 빛내준 인연들이다.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새해부터는 차분한 마음으로 소중했던 인연들에게 감사하며 회상(回想)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한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보다 더 기쁨이 되고 행복한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 위함이다.
사회적 생활변화와 환경문화 패턴이 바뀜에 따라 쉽게 접촉은 되지 않지만 자신에게 늘 한결같은 관심이나 정성을 메시지로 날마다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소홀(疏忽)하여서는 안 된다. 한 평생 수많은 날을 살아가면서 아마도 그런 연분(緣分)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추(晩秋)의 풍악(楓嶽)을 보지 못하면 다음에 갈 수 있고 고향 길 막히면 돌아서 가면 되지만 순간 실수로 사람 하나 놓치면 다시 그런 사람 얻기가 힘든 것이 인간사(人間事)이다. 자기의 목적을 구현(求現)하기 위해서 착한 마음을 이용해서는 안 되며 감정을 속이지도 말아야 할 것이며 진심을 가지고 농락(籠絡)하지도 말아야 된다. 늘 변함없는 마음으로 그냥 있는 그대로, 고마운 연분으로 사람답게 살면 되는 것이다.
처음 만남은 하늘이 맺어 주는 인연이고 그 다음부터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만남과 인연이 잘 조화된 사람의 인생은 참 아름답고 행복한 생애를 보내게 된다. 하늘이 맺어 준 인연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관계에 대한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음을 알고 살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 노력하고 애쓰며 내가 먼저 좋은 관계에 대한 균형감각을 잊지 않고 계속 유지해야 원하는 바도 이룰 수 있고 생명을 다할 때까지 함께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시련이라는 아픔을 주는 것은 거만하지 말라는 경종(警鐘)이 되고, 겸손해지라고 어느 날 힘든 일을 겪게 만들고, 낮아지는 법을 배우라고 가끔은 채찍질을 한다. 또 아픈 만큼 곱게 다듬어지고, 힘든 만큼 지혜롭게 되고 무언가 깨우치게 되는 것이 삶의 진리요 자연 철학인 것이다.
사람은 만나봐야 그 사람의 진정성을 알고, 사랑은 나눠봐야 그 사랑의 진실을 알 수 있다. 꼭 붙들고 있어야 내 것이 되는 인연은 진실한 인연이 아니다. 잠깐 놓았는데도 내 곁에 머무는 사람이 진정 내 사람이다. 외로움은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채울 수가 없다. 진실로 소중한 사람이라면 늘 배려해 주고, 따뜻하게 대해 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잊혀 지지 않는 진정한 인연으로 남게 될 것이다.
생존이란, 변화되는 환경에 순응하고 적응하게 되지만 더러는 생활의 지혜가 필요한 때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는지, 나에게 자랑하고 싶은 친구가 있는지, 이웃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나를 떠나간 사람이 있다면 왜 그가 떠나갔었는지 등에 대하여 냉정함으로 내 존재의 가치를 점검하는 침려(沈慮)의 시간을 가져보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즉, 지금까지 이모저모로 살아온 날들에 대해 처신해온 방향이 옳았는지에 관한 자기성찰과 묵상(默想)의 시간이 있어야 좋은 날에 행복한 생애가 된다는 것이다.
꽃은 아름다워도 계절이 지나면 시들어지지만 인연의 향기는 한평생 잊혀 지지 않는다. 행복론의 저자이기도 한 데일 카네기(1888~1955)는 ‘인간관계론’에서 세상에는 많은 능력이 존재하지만 사람을 사귀고 친구를 만드는 친숙(親熟)함이야 말로 위대한 능력이라고 했다. 필연(必然)코 그것은 먼저 믿음이 가고 사랑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또 당신이 대접받고자 한다면 먼저 다른 사람을 대접해보라고 한 것은 ‘여민해락(與民偕樂)이라, 임금도 백성과 함께 어울려봐야 살맛도 기쁨도 있게 된다’ 라는 뜻과 다를 바가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못 볼 꼴로만 꽉 채워졌던 한해가 속절없이 가버리고 계묘년(癸卯年)이 열렸다. 새해는 고통을 기쁨으로 바꿀 줄 알고 넉넉히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에 타인을 생각할 줄 알고 그리고 스스로를 관리할 줄 아는 긍정의 에너지로 출발되는 2023년이 되었으면 한다. 그럼으로써 사회는 밝아지고 조화로운 공동체가 됨에 감사하는 축복이 있었으면 한다. 모름지기 혜인시대(慧人時代) 독자 여러분의 삶 속에서 새해는 인연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내내 건강하게 봄날 같은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2023 년 1 월 3 일
논설위원 정 용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