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텍스역, 오전 7시 50분. 역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에스컬레이터가 지하 깊숙이 뻗어 있었다. 바닥에 새겨진 ‘B7’이라는 표식이 GTX-A의 깊이를 실감하게 했다. 16층짜리 아파트를 한 층 한 층 내려가는 기분이다. 출근길임에도 생각보다 붐비지는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지하 8층까지 내려가야 하는 만큼, 누구나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을 찾고 있었다.
7시 57분, 킨텍스역 승강장. 드디어 열차가 들어왔다. 차량은 기존 지하철과 확연히 달랐다. 조명이 밝았고, 좌석은 전철보다 넓었다. 안내 스크린에는 현재 속도가 표시되었는데,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순식간에 100km/h를 넘어섰다.
"속도가 정말 빠르네요." 옆자리에 앉은 30대 직장인 김모 씨가 감탄하며 말했다. "이전에는 광화문까지 1시간 반 넘게 걸렸는데, 이제는 30분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정말 편리해졌어요."
GTX-A의 강점은 혁신적인 속도다. 킨텍스역을 출발한 지 3분 30초 만에 대곡역에 도착했다. 일반 지하철이라면 정발산역을 향해 가고 있을 시간이다. 열차 내부에서는 스마트폰을 켜고 인증샷을 남기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빠른 속도에 비해 승객이 많지는 않았다. 출근 시간대라지만 아직 이용객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듯했다.
대곡역에서 내리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지하 8층 승강장에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대기 줄이 길었다. “출근길마다 이렇게 줄을 서야 하면 스트레스일 것 같아요.” 대곡역에서 환승하는 40대 회사원 박 씨가 말했다. GTX-A 역사는 대부분 지하 50m 깊이에 있어 이동 편리성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배차 간격이었다. GTX-A 개통 전부터 홍보된 ‘출퇴근 시간대 6분 간격’은 실제 운행에서는 10분 간격으로 조정되었다. 국토교통부는 "안전한 운행을 위해 배차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출근길 이용객들은 "출근 시간대 배차가 길어지면 결국 기존 광역버스를 타는 게 낫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킨텍스역 인근의 주차장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였다. 현재 임시 주차장(C4 부지)은 정식 주차장이 아니다 보니 바닥 정비가 덜 된 상태였다. 일부 운전자는 "자갈과 흙먼지로 가득한 곳에 주차하는 느낌"이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대곡역 역시 정식 주차장이 아직 공사 중이라 이면도로 주차가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GTX-A를 타고 출근해 보고 싶었는데, 집에서 킨텍스역까지 오는데만 20분이 걸렸어요." 운정에서 출발한 직장인 이모 씨는 버스 연계 문제를 지적했다. 파주시는 GTX 운정역 개통에 맞춰 버스 노선을 늘렸지만, 고양시는 아직 GTX-A 역으로 연결되는 노선이 충분치 않다. 킨텍스역에서 대화·마두·주엽을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부족해, 결국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GTX-A의 기본 운임은 광역버스보다 비싸다. 킨텍스역에서 서울역까지 평일 기준 4,200원, 주말에는 3,850원이다. 광역버스(3,100원)보다 비싸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비싼 요금만큼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GTX-A가 기존 지하철처럼 무료 패스가 적용되지 않는 점은 일부 고령층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운정역에서는 "교통카드 충전이 안 된다"며 혼란을 겪는 어르신들도 보였다. 한 이용객은 "경로우대 할인만 30% 적용된다는 걸 몰랐다가 요금을 보고 당황했다"며 "사전에 홍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 교통 관계자는 "SG레일과 협력해 안내를 강화하고 역 내 추가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TX-A 개통은 수도권 출퇴근 구조를 뒤바꿀 혁신적인 변화다. 기존 50분90분 걸리던 이동 시간이 1622분대로 단축되면서, 파주·일산에서 서울로의 출퇴근 부담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환승 센터 부족, 엘리베이터 혼잡, 배차 간격 문제, 주차장 및 버스 연계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출근길을 마치고 킨텍스역으로 돌아오는 길, 한 시민이 이렇게 말했다. "속도는 정말 신세계예요. 하지만 아직은 GTX를 타기 위해 GTX까지 가는 게 더 힘드네요." GTX-A가 수도권 대중교통의 핵심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조중혁 기자